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1화 감상 본문

해당 드라마는 20년째 시나리오를 쓰고 있음에도
영화감독으로 데뷔조차 하지 못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주인공은 황동만(구교환)이다.
아무래도 1화는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감상에서도 나름의 인물 분석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 인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명왕성’ 같다고 말하고 싶다.
황동만을 보며 몇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일 년 만에 시인으로 등단했음에도,
어린 나이 때문이었는지, 혹은 내지 못했던 30만 원의 회비 때문이었는지
시인협회라는 소속에 끝내 녹아들지 못했던 나.
나는 당시의 나를 ‘명왕성’이라 비유하곤 했다.
명왕성은 한때 태양계의 행성으로 인정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지위를 잃어버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황동만 역시 나와는 다른 우주에 놓인 또 하나의 명왕성처럼 보였다.
모두가 비슷한 행성처럼 보이는데, 왜 나만 이곳에 속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홀로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는 인물이다.
그는 곰팡이로 얼룩진 듯 누리끼리한 원룸에서 살며, 관리비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삶을 이어간다.
그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하지만,
스스로를 ‘퍼펙트하게 가난하다’고 표현하는 그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채 억울함만을 느낀다.
밖을 나설 때면 마치 독일군이 입었을 법한 총알 구멍 난 코트를 걸치고, 검은 가방 위에 헤드셋을 묶어 다닌다.
그 헤드셋은 외로운 술자리 이후의 귀갓길, 그리고 혼자 영화를 볼 때 착용되는데,
이때의 헤드셋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에 가깝다.
결국 그는 전투복과 방패로 스스로를 무장한 채 세상 밖으로 나서는 셈이다.
그는 말로 주변 사람들을 찌르는 인물이다.
‘나는 안 되었는데 왜 너는 되느냐’라는 마음으로, 때로는 눈치 없이 타인을 향해 모진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 역시 그것이 옳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자아실현의 결핍을 느낄 때마다 말을 삼키는 대신 음식을 입에 넣거나,
그것마저 어려울 때는 늘 해오던 것처럼 남들에게 혓바늘을 세우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쓰는 작품은 ‘날씨가 없는 세상에서 날씨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한다.
여기서 날씨는 감정과 맞닿아 있다.
그는 ‘감정 워치’라는 장치를 착용하고 다니는데, 이는 자신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물건이다.
그리고 이 물건은 오히려 황동만을 지배한다.
결국 그가 쓰는 이야기는, 감정조차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현재의 자신을 벗어나고자 하는 자아실현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1화의 감상을 마쳤다.
앞으로 황동만의 날씨는 어떨지, 그는 작품 제목처럼 어떻게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울지 궁금하다.
아마 2화의 이야기는 여주인공처럼 비중있게 다루는 고윤정에 대한 인물 분석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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